[기획전] 수장고를 열고 나온 태일 ②
- 관리자
-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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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기념관은 5월 1일, 개관 6주년과 노동절을 맞아 신규 기획전 <수장고를 열고 나온 태일>을 개최하였습니다. 본 전시는 기념관이 소장 중이거나 기탁받은 작품에서 시작하여 전태일을 다룬 현대의 콘텐츠까지 소개하는 자리를 가집니다. 판화, 강렬한 대비로 보여지는 전태일과 이소선 역사적으로 민중이 연대하고 함께 목소리를 낼 때, 그 중심에 자리한 매체가 바로 ‘판화’입니다. 판화는 재료 표면에 홈을 내어 형상을 새긴 뒤, 종이에 찍어내는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오늘날처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TV가 없던 시절, 판화는 새로운 소식을 널리 또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었습니다. 하나의 원판만 있다면 무한히 찍어낼 수 있었고, 문맹률이 높던 시대에는 글보다 그림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유용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대중이 함께 움직였던 운동의 역사 속에서, 판화는 민중의 목소리를 한 장의 이미지로 강렬하게 응축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처럼 판화는 한국 사회에서도 민주화와 인간존중의 정신이 한참 퍼지던 시기에 주요한 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중 전태일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윤엽 작가의 작품은 이소선 어머니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소선 어머니를 표현해낸 판화 작품은 1층에 대형 인쇄물로도 전시 중입니다. 두 팔을 넓게 벌린 어머니의 모습에서 따뜻함과 함께 민중을 품고자 했던 의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강한 외곽선과 대조효과를 통해 이 그림이 결코 유려하거나 부드러운 미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특히, 흰 바탕 위에 검은색 선으로 강하게 조형된 어머니의 초상은, 부드러운 인상과는 달리 굳건한 의지를 드러냅니다. 어머니의 삶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음을, 그 안에서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얼마나 헌신하였는지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한 장의 판화이지만 마치 조각상처럼 관객 앞에 강하게 서 있는 인상을 남깁니다. 이태호 작가의 <불꽃 청년 전태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굵고 단단한 외곽선 안에 새겨진 전태일의 눈동자는 세밀하고 당장이라도 살아있는 듯이 앞을 향하고 있습니다. 고동색과 옅은 갈색, 붉은색과 노란색 등 최소한의 색으로 전태일의 뜨거운 정신을 담아낸 이 작품은, 보는 이의 시선에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작가의 진심 또한 그림에 또렷하게 각인된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전태일과 이소선, 두 인물의 정신을 판화라는 매체로 깊고 강하게 되새기는 이번 기획전 <수장고를 열고 나온 태일>은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전시 기간을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그 뜨거운 울림을 함께 느끼시길 바랍니다. 전시는 오는 8월 10일까지, 전태일기념관 4층 기획전시실-갤러리덩이 에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