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 수장고를 열고 나온 태일

  • 관리자
  • 2025.05.27
  • 조회수 52
언론보도

언론보도

2025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 개관6주년 기획전 <수장고를 열고 나온 태일> 전태일기념관은 5월 1일, 개관 6주년과 노동절을 맞아 신규 기획전 <수장고를 열고 나온 태일>을 개최하였습니다. 본 전시는 기념관이 소장 중이거나 기탁받은 작품에서 시작하여 전태일을 다룬 현대의 콘텐츠까지 소개하는 자리를 가집니다. 기념관 6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기획전에는 특별한 이들이 등장합니다. 바로 ‘이름 없는 작가들’입니다. 그들이 남긴 작품은 전시실에 조용히 놓여 있으나, 그 그림 속 울림은 꽤 묵직합니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전태일의 생애> 5점으로 전시를 소개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고전적인 유화입니다. 그러나 작품의 뒷면을 살펴보면, 전태일이 남긴 수기의 일부가 정성스레 손글씨로 옮겨져 있습니다. 작가명은 없습니다. 언제 그려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작품을 구성하는 캔버스의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 번에 주문하여 제작된 그림이 아닌, 작가가 캔버스를 구하는 데로 그림을 그렸다는 것입니다. 즉 이는 무엇인가 완벽히 준비된 상태가 아닌 상황이 되는 데로 그려낸 작품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품 자체가 말하고 싶은 건 단 하나. ‘전태일’입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마주한 또 하나의 그림. 군중의 앞에 선 어머니 이소선의 그림입니다. 고함을 지르는지 혹은 울부짖는 것인지 어머니 이소선의 얼굴은 거칠고 무엇인가를 호소하는 얼굴입니다. 어디서나 흔히 보였을 시골 아주머니의 모습으로 어머니 이소선은 두건을 쓴 군중 앞에서 기묘한 아우라를 펼치며 서있습니다. 무엇을 외치고 있을까요. 하나 확실한 건 이소선의 모습이 화면의 우측을 향해 큼직하게 서 있고, 그 뒤로 군중의 모습은 뒤로 끝없이 펼쳐져 있음을 상상해보게 만듭니다. 어머니는 그런 군중 앞에서 한 인간으로, 그러나 사찰의 엄한 불상과도 같은 표정으로 세상을 향해 포효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노동문제에 대해 언급조차 하기 어려웠던 시대. 조영래 변호사가 「전태일 평전」을 세상에 내놓고도 이름을 내세우지 못했던 것처럼, 이들의 붓끝은 오직 전태일을 향해 있었습니다. 자신이 아닌, 전태일의 삶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사람들. 그들에게 예술은 진실을 기록하고 전하는 도구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림들은 화려한 기교도, 값지게 보일 재료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단단하게 그려졌습니다. 묵직하고 조용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울림이 있는 그림들입니다. 전시는 오는 6월 29일까지, 전태일기념관 4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