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전태일-박종철 인연 아셨나요... '진행형' 민주주의 만나는 곳

  • 관리자
  •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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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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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억을 걷는 시간여행 | 1화 ㅣ25.06.17 15:19ㅣ최종 업데이트 25.06.17 전태일-박종철 인연 아셨나요... '진행형' 민주주의 만나는 곳 [기억을 걷는 시간여행-1] 박종철센터 방문기, 그리고 이어질 '시간여행'의 첫 걸음 박수정(aurum) 우리가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일까. 뉴스나 교과서가 아닌, 조용한 박물관의 전시실 한쪽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을 따라 걷는 일이, 결국 오늘의 나를 돌아보는 길일지도 모른다. 지난 6월 14일, 나는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박종철센터를 찾았다. '2025년 6·10민주항쟁 기념 박종철센터 방문주간' 행사인 〈민주주의는 진행중〉 민주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전날까지 이어지던 비는 행사 시간에 맞춰 그쳤고, 이내 광장에는 뜨거운 햇살이 쏟아졌다. 광장 무대에서는 태권도 시범과 공연이 이어졌고, 체험 부스와 전시로 시민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그날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생기 있었다. 어제의 기억과 오늘의 실천, 민주주의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지켜낸 것 나는 지금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에서 홍보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전태일기념관을 비롯해 평화·민주·인권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서울의 작은 박물관들이 진행하고 있는 〈작은박물관 스탬프투어〉는, 시민들과 기억을 잇는 작지만 꾸준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종철센터 역시 이 프로그램에 함께하는 기관 중 하나다. 하지만 나의 여정은 단지 이 투어에 참여하는 기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나는 더 넓게, 우리 사회의 기억을 품은 역사박물관들과 기념공간들을 찾아다니며, 그 안에 담긴 '오늘의 의미'를 짚어보고 싶었다. 이 글은 그 첫 번째 기록이다. 박종철센터 2층 기획전시 〈기념에서 기억으로, 민주화를 넘어 민주주의로〉(오는 9월 20일까지 전시)와 3층 상설전시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전시장 한켠에 쓰인 문장이 유독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기념은 하나의 장면을 되새기는 일이라면, 기억은 그 이후의 삶을 살아내는 일이다." 시대는 달랐지만, '인간다운 삶' 향한 외침은 닮아 있었다. 센터 안 1987년 1월,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열사의 사진, 상장, 그가 부모님과 주고받은 편지, 당시 왜곡된 언론 보도와 수사기록 앞에서 나는 한참을 머물렀다. 진실을 덮으려 했던 시대가 있었고, 끝내 그 진실을 밝히려 했던 이들의 목소리가 지금 이 공간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절실히 다가왔다. 무엇보다 인상적으로 남은 것은, 박종철이 대학 시절 〈전태일 평전〉을 읽고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는 점이다. 전태일의 이야기는 "사람답게 살 권리"를 박종철에게 질문하게 했고, 그 질문은 민주주의를 향한 실천으로 이어졌다. 전태일이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라고 외쳤던 1970년과, 박종철이 고문을 받다 "탁" 치는 소리로 사망한 1987년은 시대는 달랐지만, 인간다운 삶을 향한 절박한 외침이라는 점에서 깊이 닮아 있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이 박물관에서 지금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다. 광장을 가득 메운 6월의 시민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민주축제'도 없었을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우리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위기를 마주했다. 계엄령에 분노한 시민들은 겨우내 광장으로 나왔고, 응원봉을 든 '빛의 혁명'은 봄을 지나 초여름까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조기대선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열렸고, 시민들은 또 한 번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민주주의는 결코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지켜낸 것이다. 그날의 뜨거운 햇살처럼,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목소리로 이루어낸 것이었다. 그래서 '진행중'이라는 말은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민주주의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작은박물관 스탬프투어〉는 서울에 위치한 8곳 박물관을 차례로 방문하며 스탬프를 찍어가는 여정이다( 홈페이지 설명 참고). 하지만 이는 단순한 '인증'만은 아니다. 내게는 각자의 삶 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기억하고 실천하겠다는 조용한 다짐이자 선언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여정을 '기억을 걷는 시간여행'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제의 이야기를 듣고 오늘의 삶을 돌아보며, 비로소 나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 그 시간여행은 그렇게 내 삶과 맞닿아 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40681